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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춘향전(원문)
  글쓴이 │ 선양회     등록일자 │ 13-05-24 11:43     조회 │ 6413    

춘향전

제1단 춘향과 이도령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넙우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 금고옥적은 요순시절이요, 의관문물은 우탕의 버금이라. 좌우보필은 주석지신이요, 용양호위는 간성지장이라. 조정에 흐르는 덕화 향곡(곡)에 패엿시니 사해굳은 기운이 원근에 어려잇다. 충신은 만조하고 효자열녀 가가재라. 미재미재라 우순풍조하니 함포고복 백성들은 처처에 격양가라.

이때 전라도 남원부에 월매라 하는 기생이 잇스되, 삼남의 명기로서 일직 퇴기하야 성가라 하는 양반을 다리고 세월을 보내되 연장사순에 당하야 일점혈육이 업서 일로 한이 되야 장탄수심에 병이 되것구나. 일일은 크게 깨쳐 옛사람을 생각하고 가군을 청입하야 여짜오되 공순이 하는 말이,

“전생에 무삼 은혜 찌쳣던지 이생에 부부되야 창기행실 다 바리고 예모도 숭상하고 여공도 심슷건만 무삼 죄가 진중하야 일점혈육 업섯스니 육친무족 우리 신세 선영향화(화) 뉘라 하며 사후감장 어이하리. 명산대찰에 신고이나 하야 남녀간 나커드면 평생한을 풀 것이니 가군의 뜻이 어떠하오.”

성참판하는 말이,

“일생신세 생각하면 자네 말이 당연하나 빌어서 자식을 나흘진대 무자할 사람이 잇스리요.”

하니, 월매 대답하되,

“천하대성 공부자도 니구산에 빌으시고, 정나라 정자산은 우성산에 빌어 나계시고, 아동방강산을 이를진댄 명산대천이 업슬손가. 경상도 웅천 주천의는 늙도록 자녀업서 최고봉에 빌엇더니 대명천자 나계시사 대명천지 밝엇스니 우리도 정성이나 듸려보사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근 남기 껙길손가.”

이날부텀 목욕재계 졍이하고 명산승지 찾아갈제 오작교 썩 나서서 좌우산천 둘러보니, 서북의 교룡산은 술해방을 막아잇고, 동으로는 장림수풀 깊은 고대 선원사는 은은이 보이고, 남으로는 지리산이 웅장한대 그 가온데 료천수는 일대장강벽파되야 동남으로 둘럿스니 별유건곤 여긔로다. 청림을 더우잡고 산수를 밟아 들어가니 지리산이 여긔로다. 반야봉 올랏서서 사면을 둘러보니 명산대천 완연하다. 상봉에 단을 두어 제물을 진설하고 단하에 복지하야 천신만고 빌엇더니 산신님의 덕이신지 이때는 오월오일갑자라. 한꿈을 얻으니 서기 반공하고 오채영롱하더니 일위선녀 청학을 타고 오는듸 머리에 화관이요, 몸에는 채의로다. 월패 소래 쟁쟁하고 손에는 계화일지를 들고 당에 오르며 거수장읍하고 공순이 여짜오대,

“낙포의 딸일너니 번도진상 옥경갓다 광한전에서 적송자 만나 미진정회하올차에 시만함이 죄가 되야 상제 대노하사 진토에 내치시매 갈바를 몰랏더니 두류산신령께서 부인댁으로 지시하기로 왓사오니 어엽비 여기소서.”

하며 품으로 달려들새, 학지고성은 장경고라, 학의 소래 놀래깨니 남가일몽이다. 황홀한 정신을 진정하야 가군과 몽사를 설화하고 천행으로 남자를 나을까 기다리더니, 과연 그달부텀 태기잇서 십삭이 당하매 일일은 향기만실하고 채운이 영롱하더니 혼미중에 생산하니 옥녀를 나앗나니, 월매의 일구월심 기루던 마음 남자는 못낫스되 적은듯 풀리는구나. 그 사랑함은 엇지 다 형언하리. 일흠을 춘향이라 부르면서 장중보옥같이 길러내니 효행(회)이 무쌍이요, 인자함이 기린이라. 칠팔세되매 서책에 착미하야 예모정절을 일삼으니 효행을 일읍이 칭송 아니할 이 업더라.

이때 삼청동 이한림이라 하는 양반이 잇스되 세대명가요, 충신의 후예라. 일일은 전하옵께옵서 충효록을 올려보시고 충효자를 자목지관 임용하실새, 이한림으로 과천현감에 금산군수 이배하야 남원부사 제수하시니 이한림이 사은숙배 하직하고 치행차려 남원부에 도임하여 선치민정하니 사방에 일이 업고 방곡의 백성들은 더듸옴을 칭송한다. 강구연월문동요라 시화연풍하고 백성이 효도하니 요순시절이라.

이때는 어느 때뇨. 놀기조흔 삼춘이라. 호연비조 뭇새들은 농초화답 짝을 지어 쌍거쌍래 날아들어 온갖 춘정 다토는듸 남산화발북산홍과 천사만사수양지에 황금조는 벗부른다. 나무나무 성림하고 두견접동 낮이 나니 일년지가절이라.

이때 사도자제 이도령이 년광은 이팔이요 풍채는 두목지라. 도량은 창해같고 지혜 활달하고 문장은 이백이요 필법은 왕희지라. 일일은 방자를 불러 말삼하되,

“이곳 경처 어데매냐 시흥춘흥 도도하니 절승경처 말하여라.”

방자놈 여짜오되,

“공부하시는 도령님이 경처찾어 부질업소.”

이도령 이른 말이,

“너 무식한 말이로다. 자고로 문장재사도 절승강산 구경키는 풍월작문 근본이라. 신선도 두로놀아 박람하니 어이하야 부당하랴. 사마장경이 남으로 강호에 떳다 대강을 거사릴제 광랑성파에 음풍이 노호하야 예로부터 가르치니 천지간 만물지변이 놀랍고 질겁고도 고흔 것이 글 아닌게 업느니라. 시중천자 이태백은 채석강에 놀아잇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놀아잇고, 심양강 명월야에 백낙천 놀아잇고, 보은속리 운장대에 세종대왕 노셧스니, 아니노든 못하리라.”

제2단 광한루의 결연

이때 방자 도령님 뜻을 받아 사방경개 말쌈하되,

“서울로 이를ㅈ 자문밧 내달아 칠성암 청련암 세검정과, 평양 연광정 대동루 모란봉, 영양 낙선대, 보은속리 문장대, 안의(안으) 수승대(슈성),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가 엇더한지 몰라와도 전라도로 이를진대 태인 피향정(핑양정) 무주 한풍루, 전주 한벽루 조싸오나, 남원경처 듣조시요. 동문밧 나가오면 장림숲 천은사 조쌉고, 서문밧 나가오면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 조쌉고, 북문밧 나가오면 청천삭출 금부용 기벽하야 우뚝 섯스니 기암둥실 교룡산성 조싸오니 처분대로 가사이다.”

도령님 이른 말쌈,

“이애 말로 듣더래도 광한루 오작교(오작괴)가 경개로다. 구경(귀경)가자.”

도령님 거동 보소. 사도전 들어가서 공순이 여짜오되,

“금일 일기 화란하오니 잠간 나가 풍월음영 시운목도 생각하고자 싶으오니 순성이나 하여이다.”

사도 대희하야 허락하시고 말쌈하시되,

“남주풍물을 구경하고 돌아오되 시제를 생각하라.”

도령 대답,

“부교대로 하오리다.”

물러나와,

“방자야 나구 안장지어라.”

방자 분부듣고 나구 안장짓는다. 나구 안장지을제 홍영 자공 산호편 옥안 금편 황금늑 청홍사 고운 굴레 주먹상모 덥벅 달아 청청다래 은엽(은입) 등자 호피돋움에 전후거리 줄방울을 염불법사 염주메듯,

“나구 등대하엿소.”

도령님 거동 보소. 옥안선풍 고흔얼골 전판같은 채머리 곱게 빗어 밀기름에 잠재와 궁초당기 석황물려 맵시잇게 잡아따코 성천수주 접동배 세백저 상침바지 극상세목 접보선에 남갑사 다님치고, 육사단 접배자 밀화단초 달아입고, 통행건을 무릎 아래 는짓 내고, 영초단 허리띠 모초단 도리낭을 당팔사 가진 매답 고를 내여 는짓 매고, 쌍문초 진동정 중추막에 도포받쳐 흑사띠를 흉중에 눌러 매고, 육분당혜 끄으면서 나구를 붙들어라 등자딋고 선듯 올라 뒤를 싸고 나오실제, 통인하나 뒤를 따라 삼문밧 나올 적에 쇄금부채 호당선으로 일광을 가리우고 관도성남 넙운길에 생기잇게 나갈제 취래양주하던 두목지의 풍챌넌가 시시오불(요부)하던 주랑(주관)의 고움이라. 향가자백춘성내요 만성견자유불애라.

광한루섭적 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경개가 장이조타. 적성아침날에 늦인안개 픠어잇고, 녹수에 저문봄은 화류동풍 둘러잇다. 자각단루분조요 벽방금전상영롱은 임고대를 일러잇고, 요헌기구하최외는 광한루를 이름이라. 악양루 고소대와 오초동남수는 동정호로 흘러지고 연지서북에 팽택이 완연한듸, 또 한곳 바래보니 백백 홍홍 난만중에 앵무 공작 날아들고, 산천경개 둘러보니 에구분 반송솔 떡갈닙은 아주 춘풍 못이기어 흐늘흐늘 폭포유수 세내가에 뻥긋뻥긋 낙낙장송 울울하고 녹음방초승화시라. 계수 자단 모란 벽도에 취한 산색 장강료천에 풍등술 잠겨잇고, 또 한곳 바라보니 엇더한 일미인이 봄새 울음 한가지로 오갖 춘정 못이기어 두견화 질끈 꺾어 머리에도 꽂아보며, 함박꽃도 질근꺾어 입에 함숙 물어보고, 옥수나삼 반만걷고 청산유슈 맑은물에 손도싯고 발도싯고 물머금어 양수하며 조약돌 덥석쥐어 버들가지 꾀고리를 희롱하니 타기황앵 이아니냐. 버들입도 주루룩 훑어 물에 훨훨 띄워보고, 백설같은 흰나부 웅봉 자첩은 화수물고 너울너울 춤을춘다. 황금같은 꾀꼬리는 숩숩이 날아든다. 광한진경 조커니와 오작교가 더욱 조타. 방가위지호남에 제일성이로다. 오작교 분명하면 견우직녀 어데잇나. 이런 승지에 풍월이 업슬소냐.

도령님이 글 두귀를 지엇스되,

“고명오작선이요 광한옥계루라”

“차문천상수직녀요 지흥금일아견우(아거누)라.”

이때 내아에서 잡술상이 나오거늘 일배주 먹은 후에 통인 방자 물려주고 취흥이 도도하야 답부푸여 입에물고 일저리 거닐제 경처에 흥을 제워 충청도 고마수영 보련암을 일럿슨들 이곳경처 당할소냐. 붉을단 푸릴청 흰백 붉을홍 고몰이고몰이 단청, 유막황앵환우성은 내의 춘흥 도와낸다. 황봉 백접 왕나부는 향기(기)찾는 거동이라. 비거비래춘성래요 영주방장봉래산이 안하에 가차오니, 물은 본이 은하수요 경개는 잠간 옥경이라. 옥경이 분명하면 월궁항아 업슬소냐.

이때는 삼월이라 일럿스되 오월단오이엇다. 천중지가절이라. 이때 월매 딸 춘향이도 또한 시서음률이 능통하니 천중절을 모를소냐. 추천을 하랴 하고 향단(상단)이 앞세우고 나려올제 난초같이 고훈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따아 금봉차를 정제하고 나군을 두룬 허리 미양에 가는버들 심이 업시 듸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걸어 흐늘걸어 가만가만 나올적에 장림 속으로 들어가니 녹음방초 우거져 금잔듸 좌르륵 깔린고대 황금같은 꾁고리는 쌍거상래 날아들제 무성한 버들 백척장고 높이매고 추천을 하랴할제, 수화유문 초록장옷 남방사 홋단초매 훨훨벗어 걸어두고, 자주영초 수당혜을 석석 벗어 던져두고, 백방사 진솔속것 턱밑에 훨신추고 연숙마 추천줄을 섬섬옥수 넌짓 들어 양수에 갈라잡고, 백릉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구를제, 세류같은 고흔 몸을 ㄷ나저이 노니난듸 뒤단장 옥비내 은행절과 앞치레 볼작시면 밀화장도 옥장도며 광원사 겹저고리 제색고름에 태가난다. 향단아 밀어라. 한번 굴러 심을 주니 발밑에 가는 띄골 바람조차 펄펄, 앞 뒤 점점 멀어가니 머리 우의 나무 입은 몸을 따라따라 흐늘흐늘, 오고갈제 살펴보니 녹음 속에 홍상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 구만장천 백운간에 번갯불이 쐬이는듯 섬지재전홀언후라, 앞우 얼른 하는 양은 가부야운 저제비가 도화일점 떨어질제 차려 하고 쫓이는 듯 뒤로 번듯 하는 양은 광풍에 놀랜호접 짝을 일코 가다가 돌치는듯, 무산선녀 구름타고 양대상에 나리는 듯, 나뭇잎도 물어보고 꽃도 질끈 꺾어 머리에다 실근실근,

“이애 향ㄷ나아 근디바람이 독하기로 정신이 어질한다. 근디줄 붙들어라.”

붙들랴고 무수이 진퇴하며 한창 이리 노닐적에 세냇가 반석상에 옥비내 떨어져 쟁쟁하고, “비내비내”하는 소래 산호채를 들어 옥반을 깨치는 듯 그 태도 그 형용은 세상인물 아니로다.

앵자삼춘비거래라, 이도령 마음이 울적하고 정신이 어질하야 별생각이 다 나것다.

혼자말로 첨어하되,

“오호에 편주타고 범소백을 좇앗스니 서시도 올리 업고, 해성월야에 옥장비가로 초패왕을 이별하던 우미인도 올리업고, 단봉궐 하직하고 백룡퇴 간 연후에 독의청총하엿스니 왕소군도 올리 업고,

장신궁 짚이 닫고 백두음을 읊어엇스니 반첩호도 올리 업고, 소양궁 아침날에 시측하고 돌아오니 조비연도 올리 업고, 낙포선년가 무산선년가.”

도령님 혼비중천하야 일신이 고단이라. 진실로 미혼지인ㅇ로다.

“통인아.”

“예.”

“저 건네 화류중에 올가가락 히뜩히뜩 얼른얼른 하는 겨 무엇인지 자서이 보와라.”

통인이 살펴보고 여짜오되,

“다른 무엇이 아니오라, 이골 기생 월매 딸 춘향이란 계집아히로소이다.”

“도령님 엉겁결에 하는 말이,

“장이 조타, 훌륭하다.”

통인이 아뢰되,

“제어미는 기생이오나 춘향이는 도도하야 기생구실 마다하고 백화초엽에 글자도 생각하고 여공재질이며 문장을 겸전하야 여염처자와 다름이 업나니다.”

도령 허허 웃고 방자를 불러 분부하되,

“들은즉 기생의 딸이라니 급히 가 불러오라.”

방자놈 여짜오되,

“설부화용이 남방에 유명키로 방첨사 군수 현감 관장님네 엄지발가락이 두뼘가옷씩된 양반외입쟁이덜도 무수이 보려하되 장처의 색과 임사의 덕행이며 이두의 문장이며 태사의 화순심과 이비의 정절을 품엇스니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군자오니 황공은 말쌈으로 초래하기 오렵네다.”

도령 대소하고,

“방자야 네가 물각유주를 모르는도다. 형산백옥과 여수황금이 님재 각각 잇나니라. 잔말말고 불러오라.”

방자 분부듣고 춘향초래 건너갈제 맵시잇는 방자연석 서왕모 요지연에 편지전턴 청조같이 이리저리 건네가서,

“여봐라 이애 춘향아.”

부르는 소래 춘향이 깜짝 놀래여,

“무슨 소리를 그따우로 질러 사람의 정신을 노래나냐.”

“이애야 말말아. 일이 낫다.”

“일이라니 무슨 일.”

“사도자에 도령님이 광한루에 오셧다가 너 노는 모양보고 불러오란 령이 낫다.”

춘향이 화를 내여,

“네가 미친 자식일다. 도령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 이자식 네가 내 말을 종지리새 열씨까듯 하엿나보다.”

“아니다, 내가 네말을 할 리가 업시되, 네가 글체, 내가 글냐. 너 글은 내력을 들어 보아라. 계집아히 행실로 추천을 하량이면 네집 후원 단장 안에 줄을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은근이 매고 추천하는 게 도리에 당연함이라. 광한루 머잔하고, 또한 이곳을 논지할진댄 녹음방초승화시라, 방초는 푸럿는듸 앞내버들은 초록장 두르고 뒷내버들은 유록장 둘러 한가지 늘어지고 또 한가지 늘어지고 또 한가지 펑퍼져 광풍을 제워 흐늘흐늘 춤을 추는듸 광한루 구경처에 근듸를 매고 네가 제 외씨같은 두발길로 백운간에 노닐적에 홍상자락이 펄펄 백방사 속것 가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속같은 네살거리 백운간에 히뜩히뜩, 도령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시제 내가 무삼말을 한단말가. 잔말말고 건네가자.”

춘향이 대답하되,

“네 말이 당연하나 오날이 단오일이라 비단 나 뿐이랴. 다른 집 처자들도 예와 함끼 추천하엿스되 그럴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시사가 아니여든 여염 사람을 호래착거로 부를 리도 업고 부른대로 갈 리도 업다.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배라.”

방자 이면에 복개여 광한루로 돌아와 도령님께 여짜오니, 도령님 그말듣고,

“기특한 사람일다. 언즉시야로되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러이러하여라.”

방자 전갈모와 춘향에게 건네가니 그새에 제집으로 돌아갓거늘 제집을 찾어가니, 모녀간 마조앉어 점심밥이 방장이라. 방자 들어가니,

“네 웨 또 오나냐.”

“황송타. 도령님이 다시 전갈하시더라. “내가 너를 기생으로 알미 아니라, 들으니 네가 글을 잘한다기로 청하노라. 여가에 있는 처자 불러보기 청문에 고히하나 혐의하나 아지 말고 잠간 와 다녀가라” 하시더라.”

춘향의 도량한 뜻이 연분되랴고 그러한지 홀연이 생각하니 갈 마음이 나되 모친의 뜻을 몰라 침음양구에 말안코 앉엇더니, 춘향모 썩나앉아 정신업게 말을 하되,

“꿈이라 하는 것이 전수이 허사가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데업는 청룡 하나 벽도지에 잠겨보이거늘 무슨 조흔 일이 잇슬까 하엿더니 우연한 일이 아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도자제 도령님 일홈이 몽룡이라 하니 꿈몽자 용용자 신통하게 맞치엿다. 그러나 저러나 양반이 부르시는듸 아니갈 수 잇것나냐. 잠간 가서 다녀오라.”

춘향이가 그제서야 못이기는체로 겨우 일어나 광한루 건너갈제 대명전 대들보에 명매기 걸음으로, 양지마당에 씨암탁 걸음으로, 백모래밭에 금자래 걸음으로, 월태화용 고운 태도 완보로 건너갈새 흐늘흐늘 월서시 토성습보하던 걸음으로 흐늘거려 건너올제, 도령님 난간에 절반만 비겨서서 완완이 바래보니 춘향이가 건네오는듸 광한루에 가찬지라. 도령님 조와라고 자서이 살펴보니 요용정정하야 월태화용이 세상에 무쌍이라. 얼골이 조촐하니 청강에 오난 학이 설월에 비침같고, 단순호치반개하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은 듯 자하상 고운 빛은 어린 안개 석양에 비치온듯 취군이 영롱하야 문채는 은하수 물결같다. 연보를 정이 옮겨 천연이 루에 올라 부끄러이 서잇거늘 통인불러,

“앉이라 일러라.”

춘향의 고운 태도 염용하고 앉는 거동 자서이 살펴보니 백석창파 새빗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래는듯, 별로 단장한일 업시 천연한 국색이라. 옥안을 상대하니 여운간지명월이요, 단순을 반개하니 약수중지연화로다. 신선을 내몰라도 영주에 노던 선녀 남원에 적거하니 월궁에 뫼던 선녀 벗 하나를 일엇구나. 네 얼골 네 태도는 세상인물 아니로다.

이때 춘향이 추파를 잠간 들어 이도령을 살펴보니 금세의 호걸이요 진세간 귀남자라. 천정이 높앗스니 소년공명 할 것이요, 오악이 조기하니 보국충신 될 것이매, 마음에 흠모하야 아미를 숙이고 염칠단좌뿐이로다. 이도령 하는 말이,

“성현도 불취동성이라 일럿스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흔 몇살이뇨.”

“성은 성가이옵고 년세는 십육세로소이다.”

이도령 거동보소.

“허허 그말 반갑도다. 네 년세 들어하니 날과 동갑 이팔이라. 성자를 들어보니 천정일시 분명하다. 이성(이성)지합 조흔 연분 평생 동락 하여보자. 네의 부모 구존하냐.”

“편모하로소이다.”

“몇 형제나 되너냐.”

“육십당년 내의 모친 무남독녀 나 하나요.”

“너도 남우 집 귀한 딸이로다. 천정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낫스니 만년낙을 이뤄보자.”

춘향이 거동보소. 팔자청산 쯩거리며 주순 반개하야 가는 목 게우 열어 옥성으로 여짜오되,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정녀불경 이부절은 옛글에 일럿스니, 도령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첩이라 한번 탁정한 연후에 인하야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숙공방 홀로누워 우는 하는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뉘가 길꼬 그런 분부 마옵소서.”

이도령 이른 말이,

“네 말을 들어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인연 맺일 적에 금석뇌약 맺이리라. 네 집이 어디매냐.”

춘향이 여짜오되,

“방자불러 물으소서.”

이도령 허허 웃고,

“내 너다려 묻는 일이 허망하다.”

“방자야.”

“예.”

“춘향의 집을 네 일러라.”

방자 손을 넌짓 들어 가르치는듸,

“저기 저 건네 동산은 울울하고 연당은 청청한듸 양 어생풍하고, 그 가온대 기화요초난만하야 나무나무 앉인새는 호사를 자랑하고, 암상에 구분 솔은 청풍이 건듯 부니 녹이이 굼니는듯, 문 앞우 버들 유사무사양류지요, 들축 죽백 전나무며 그 가온대 행자목은 음양을 좇아 마주서고, 초당문전에 동대초나무 짚운 산중 물푸레나무, 포도 다래, 으름 넌출 휘휘친친 감겨 단장밖이 우뚝 솟앗는데 송정죽림 두 새이로 은은이 뵈이는게 춘향의 집이니다.”

도령님 이른 말이,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은밀하니 여자절행 가지로다.”

춘향이 일어나며 부끄러이 여짜오되,

“시속인심 고약하니 그만 놀고 가것내다.”

도령님 그말 듣고,

“기특하다. 그럴듯한 일이로다. 오날 밤 퇴령후에 네의 집에 갈것이니 괄세나 부대 마라.”

춘향이 대답하되,

“나는 몰라요.”

“네가 모르면 쓰것나냐. 잘 가거라 금야에 상봉하자.”

루에 나려 건네가니, 춘향모 마조나와,

“애고 내 딸 다녀오냐. 도령님이 무엇이라 하시더냐.”

“무엇이라 하여요, 조곰 앉엇다가 가것노라 일어나니 저녁에 우리집 오시마 허옵네다.”

“글헤 엇지 대답하엿나냐.”

“모른다 하엿지요.”

“잘 하엿다.”

제3단 교정

이때 도령님이 춘향을 애련이 보낸 후에 미망이 둘데업서 책실로 돌아와 만사에 뜻이 업고 다만 생각이 춘향이라. 말소래 귀에 쟁쟁 고훈 태도 눈에 삼삼 해지기를 기다릴새 방자불러,

‘해가 어느 때나 되엇나냐.’

‘동에서 아구 트나니다.’

도령님 대노하야,

‘이놈 괘씸한 놈 서으로 지난 해가 동으로 도로 가랴. 다시금 살펴보라.’

이윽고 방자 여짜오대,

‘일락함지 황혼되고, 월출동령 하옵내다.’

석반이 맛이 업서 전전반측 어이허리. 도령을 기다리라 하고 서책을 보려 할제 책상을 앞우 노코 서책을 상고하는듸 중용 대학 논어 맹자 시전 서전 주역이며 고문진보 통사략과 이백 두시 천자까지 내어노코 글을 읽을 새, 시전이라.

‘관관저구 재하지주로다. 요조숙녀는 군자호구로다. 아서라 그 글도 못일으것다.’

대학을 읽을새,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하며 재신민하며 재춘향이로다. 그 글도 못읽것다.’

주역을 읽는듸,

‘원은 형코 정코 춘향이코 딱댄ㅋ코 조코 하니라. 그 글도 못읽것다.’

등왕각이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는 신부로다. 올타 그 글 되엿다.’

맹자를 읽을새,

‘맹자ㅣ견양혜왕핫니대 왕왈수ㅣ불원천리이래하시니 춘향이 보시려 오시니잇가.’

사서를 읽는듸,

‘태고라 천황씨는 이쑥덕으로 왕하야 세계섭제하시니 무위이화이라 하야 형제 십이인이 각 일만팔천세하다.’

방자ㅣ여짜오되,

‘여보 도령님, 천황씨가 목덕으로 왕이란 말은 들엇스되 쑥덕으로 왕이란 말은 금시초문이요.’

‘이자식 네 모른다. 천황씨 일만팔천세를 살던 양반이라 이가 단단하여 목떡을 잘 자셧거니와 시속 선부들은 목떡을 먹것느냐. 공자님께옵서 후생을 생각하사 명륜당에 현몽하고 시속선부들은 이가 부족하야 목떡을 못먹기로 물신물신한 쑥떡으로 치라 하야 삼백육십주 향교에 통문하고 쑥떡으로 고쳣나니라.’

방자가 듣다가 말을 하되,

‘여보 하날님이 들으시면 깜짝 놀래실 거짓 말도 듣것소.’

또 적벽부를 들여 노코,

‘임술지추칠월기망에 소자여객으로 범주유어적벽지하할새 청풍은 서래하고 수파는 불흥이라. 아서라. 그 글도 못읽것다.’

천자를 읽을새,

‘하날천 따지’

방자 듣고,

‘여보 도령님 점잖이 천자는 웬 일이요.’

‘천자라 하는 글이 칠서의 본문이라. 양나라 주싯변 주흥사가 하로밤에 이 글을 짓고 머리가 히엿기로 책 일홈을 백수문이라 낱낱이 새겨보면 빼똥 쌀일이 만하지야.’

‘소인놈도 천자속을 아옵내다.’

‘네가 알드란 말이야.’

‘알기를 일르것소.’

‘안다하니 읽어바라.’

‘예, 들으시오. 높고높운 하날천, 짚고짚운 따지, 홰홰친친 가물현 불타젓다 누루황.’

‘예이놈 상놈은 적슬하다. 이놈 어데서 장타령하는 놈의 말을 들엇구나. 내 읽을게 들어라. 천개자시생천하니 태극이 광대 하날천, 지벽어축시하니 오행팔괘로 따지, 삼십삼천공복공에 인심지시 가물현, 이십팔수 금목수화토지정색 누루황, 우주일월중화하니 옥자재영 집자, 연대국도흥망성쇠 왕고래슴에 집주, 우치홍수 기자초에 홍범구주 넓을홍, 삼황오제 붕하신 후 난신 적자 거칠황, 동방장차 계명키로 杲고천변일륜홍 번듯솟아 날일, 억조창생 격양가에 강구연월에 달월, 한시미월 시시불어 삼오일야 밝은달 기망부터 찰영, 세상만사 생각하니 달빛과 같은지라 십오야 밝은달 기망부터 기울측, 이십팔숙 하도낙서 버린법 일월성신 별진, 가련금야숙창가라 원앙금침에 잘숙, 절대가인 조흔풍류 나열춘추에 버릴열, 의의월색야삼경에 만단정회 베풀장, 금일한풍소소래하니 침실에 들거라 찰한, 베개가 높거든 내 팔을 베여라 이마만큼 오너라 올래, 에 후리쳐 질끈 안고 임각에 드니 설한풍에도 더울서, 침실이 덥거든 음풍을 취하여 이리저리 갈왕, 불한불열 어느때냐 낙엽오동에 가을추, 백발이 장차 우거지니 소년풍도를 거둘수, 낙목한천 찬바람 백발강산에 저으동,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귀중)심처에 갈물장, 부용작야 세우중에 광윤유태 부루규, 이러한 고운 태도 평생을 보고도 남을 여, 백년기약 짚운 맹서 만경창파 이룰성, 이리저리 노닐적에 부지세월 햇세, 조강지처 불하당 안해 박대 못하나니 대전통편 법중율, 군자호구ㅣ 이 아니야 춘향입 내입을 한듸다 대고 쪽쪽 빠니 법중여자 이 아니야. 애고애고 보고지고.’

소래를 크게 질러노니 이때 사도 저녁진지를 잡수시고 식곤징이 나계옵서 평상에 취침하시다 ‘애고 보고지고’ 소래에 깜짝 놀래여,

‘이로너라.’

‘예.’

‘책방에서 뉘가 생침을 맞너냐 신다리를 주물럿너냐 알아 들여라.’

통인 들어가,

‘도령님 웬 복통이요. 고함소래에 사도 놀래시사 엄문하라 하옵시니 엇지 아뢰잇가.’

도령님 대노하야,

‘이대로 여짜와라. 내가 논어라 하는 글을 보다가 차호라 오도의 구의라 몽불견주공 애탄 대문을 보다가 나도 주공을 보면 그리하여 볼까 하여 흥치로 소래가 높앗스니, 그대로 여짜와라.’

통인이 들어가 그대로 여짜오니, 사도 도령님 승벽잇슴을 크게 깃거하야,

‘이리오너라. 책방에 가 목랑청을 가만이 오시래라.’

랑청이 들어오는데 이 양반이 엇지 고리게 생겻던지 만지 걸음 속한지 근심이 담쑥 들엇던 것이엿다.

‘사도 그새 심심하시요.’

‘아 게 앉소, 할말 잇네. 우리 피차 고우로서 동문수업하여건과 아시에 글읽기같이 실은 것이 업건마는 우리아 시흥보니 어이 아니 길걸손가.’

이 양반은 지간불지간에 대답하것다.

‘아힛때 글읽기같이 실은게 어데 잇스리요.’

‘읽기가 실으면 잠도 오고 꾀가 무수하제. 이 아히는 글 읽기를 시작하면 읽고 쓰고 불철주야하제.’

‘예 그럽디다.’

‘배운배 업서도 필재절등하제.’

‘그러치요.’

‘점 하나만 툭 찍어도 고봉추석같고, 한일을 끄어노면 천리진운이요. 갓머리는 작두첨이요. 필법논지하면 풍랑뇌전이요. 내리 그어채는 획은 노송도괘어절벽이라. 창과로 이를진댄 마른 등넌출같이 뻗어갓다 도로 채는듸는 성낸 손우끝같고, 기운이 부족하면 발길로 툭 차올려도 획은 획대로 되나니.’

‘글씨를 가만이 보면 획은 획대로 되옵듸다.’

‘글씨 듣게. 저 아히 아홉살 먹엇슬제 서울집 뜰에 늙은 매화 잇는고로 매화을 두고 글을 지으라 하엿더니, 잠시 지엇스되 정성드린 것과 용사비등하니, 일람요기라 묘당에 당당한 명사될 것이니, 남명이 북고하고 부춘추어 일수허엿네.’

‘장차 정승하오리다.’

사도 너무 감격하야라고,

‘정승이야 엇지 바래것나마는 내 생전에 급제는 쉬 하리만은 급제만 쉽게 하면 출육이야 베면이 지냇거나.’

이때 이도령은 퇴령 노키를 지다릴제,

‘방자야.’

‘예.’

‘퇴령 노왓나 보와라.’

‘아직 아니 노왓소.’

조금 잇더니 하인 물리라 퇴령소래 질게 나니,

‘조타조타, 올타올타. 방자야 등롱에 불밝혀라.’

통인 하나 뒤를 따라 춘향의 집 건네갈제 재초업시 가만가만 걸으면서

‘방자야 상방에 불비친다. 등롱을 옆우 쩌라.’

삼문 밧 썩 나서서 협로지간에 월색이 영롱하고 화간 푸린버들 몇 번이나 꺾어시며, 투계(투기)소년 아히들은 야입청루 하얏스니 지체말고 어서 가자. 그렁저렁 당도하니 가련금야료적한듸 가기물색 이 아니냐. 가소롭다. 어주자는 도원길을 모르던가. 춘향문전 당도하니 입적심야한듸 월색은 삼경이라. 어약은 출몰하고 대접같은 금부어는 님을 보고 반기는듯, 월하에 두루미는 흥을 게워 짝 부른다.

이때 춘향이 칠현금 비겨안고 남풍시를 희롱타가 침석에 조우더니 방자 안으로 들어가 개가 짖일까 염려하야 재초업시 가만가만 춘향방 영창 밑에 가만이 살짝 들어가서,

‘이애 춘향아 잠들엇냐.’

춘향이 깜짝 놀래어,

‘네 엇지 오냐.’

‘도령님이 와겨시다.’

춘향이가 이말 듣고 가삼이 월렁월렁 속이 답답하야 부끄럼을 못이기어 문을 열고 나오더니 건넨방 건네가서 저의 모친 깨우는데,

‘애고 어무니 무슨 잠을 이대지 짚이 지무시요.’

춘향의 잠을 깨어,

‘아가 무엇을 달라고 부르느냐.’

‘뉘가 무엇 달래엿소.’

‘그러면 엇지 불럿느냐.’

엉겁결에 하는 말이,

‘도령님이 방자를 모시고 오셧다오.’

춘향의 모 문을 열고 방자 불러 묻는 말이,

‘뉘가 와야.’

방자 대답하되,

‘사도자제 도령님이 와겨시요.’

춘향의 모 그말 듣고,

‘향단아.’

‘예.’

‘ 뒤 초당에 좌석 등촉 신식하여 보전하라.’

당부하고 춘향모가 나오는듸 세상사람이 다 춘향모를 일칼더니 과연이로다. 자고로 사람이 외탁을 만이 하는고로 춘향같은 딸을 나엇구나. 춘향모 나오는듸 거동를 살펴보니 반백이 넘엇는듸 소탈한 모양이며 단정한 거동이 표표정정하고 기부가 풍영하야 복이 만한지라.

숫시럽고 점잔하게 발막을 끌어 나오는듸, 가만가만 방자 뒤를 따라 온다.

이때 도령님이 배회면고하야 무료이 서 잇슬제 방자나와 여짜오되,

‘저기 오는게 춘향의 모로소이다.’

춘향의 모 나오더니 공수하고 우뚝 서며,

‘그새에 도령님 문안이 엇더하오.’

도령님 반 웃고,

‘춘향의 모라제 평안한가.’

‘예 게우 지내옵내다. 오실 줄 진정 몰라 영접이 불민하오이다.’

‘글헐 리가 잇나.’

춘향모 앞을 서서 인도하야 대문 중문 다 지내여 후원을 돌아가니 반구한 별초당에 등롱을 밝혓는듸, 버들가지 늘어져 불빛을 가린 모양 구실발이 갈공이에 걸린 듯 하고 우편에 벽오동은 맑은 이실이 뚝뚝 떨어져 학의 꿈을 놀래는 듯, 우편에 섯는 반송 광풍이 건 듯 불면 노룡이 굽니는 듯, 창전에 심운 파초 일난초 봉미장은 속닙이 빼여나고 수심여주 어린 연꽃 물박기 게우 떠서 옥로를 받쳐잇고, 대접같은 금부어는 어변성룡 하랴 하고 때때마닥 물결쳐서 출렁툼벙 굼실 널때마닥 조룡하고, 새로 나는 연닢은 받을 떠기 벌어지고, 금년상봉 석가산은 층층이 싸엿는듸, 계하의 학두루미 사람을 보고 놀래여 두 쭉지를 떡 벌이고 진다리로 징검징검 낄룩뚜루룩 소래하며, 계화 밑에 삽살개 짖는구나. 그 중에 반가올사 못가온대 학오리는 손님오시노라 중덩실 떠서 기다리는 모양이요. 처마에 다달으니 그제야 저의 모친 령을 듸듸여서 사창을 반개하고 나오는듸 모양을 살펴보니 뚜렷한 일륜명월 구름밖이 솟앗는듸 황홀한 저 모양은 측량키 어렵도다. 부끄러이 당에 나려 천연이 섯는 거동은 사람의 간장을 다녹인다. 도령님 반만 웃고 춘향다려 묻는 말이,

‘곤치 아니하며 밥이나 잘 먹엇냐.’

춘향이 부끄러워 대답지 못허고 묵묵히 서 잇거늘 춘향의 모가 먼저 당에 올라 도령님을 자리로 모신 후에 다를 들어 권하고 담부붙여 올리오니 도령님이 받아 물고 앉으실제 도령님 춘향의 집 오실 때는 춘향에게 뜻이 잇서 와겨시제 춘향의 세간기물 귀경온배 아니로되, 도령님 첫외입이라 밖에서는 무슨 말이 잇실 듯하더니 들어가 앉고보니 별로이 할 말이 업고 공연의 천촉기가 잇서 오한증이 들면서 아모리 생각하되 별로 할 말이 업는지라. 방중을 둘러보며 벽상을 살펴보니 여간 기물 노얏는대 용장봉장 객게수리 이렁저렁 버렷는듸 무슨 기림장도 붙여잇고 기림도 붙엿스되 서방업는 춘향이요 학하는 계집아히가 세간기물과 기림이 웨 잇슬고마는, 춘향의 모가 유명한 명기라, 그 딸을 주랴고 장만한 것이엿다. 조선에 유명한 명필글씨 붙여잇고 그 새이에 붙인명화 다 후리쳐 던져두고 월선도란 기림 붙엿스되 월선도 제목이 이러턴 것이엿다. 상제고거강절조에 군신조회 받던 기림, 청련거사이태백이 황학전 꿀어앉어 황정경 읽던 기림, 백옥루 지은 후에 자기불러올려 상량문 짓는 기림, 칠월칠석오작교에 견우직녀 만나는 기림, 광한전 월명야에 도락하던 항아 기림, 칭칭이 붙엿시되 광채가 찬란하야 정신이 산란한지라. 또 한곳 바래보니 부춘산 엄자릉은 간의태후 마다 하고 백구로 벗을 삼고 원학으로 이웃삼아 양구를 떨쳐 입고 추동강칠리난에 낙수줄 던진 경을 역력히 기려 잇다. 방가위지선경이라 군자호구 놀래로다. 춘향이 ㅇ리편단심일부종사하려 하고 글 한 수를 지여 책상 우에 붙엿스되,

‘대운춘풍죽이요, 분향야독서라.’

기특하다. 이 글 뜻은 목란의 절이로다. 이러텃 치하할제, 춘향의 모 여짜오되,

‘귀중하신 도령님이 이 누지에 욕림하시니 황공감격하옵내다.’

도령님 그말 한마듸에 말궁기가 열리엿제,

‘그럴 리가 웨 잇는가. 우연이 광한루에서 춘향을 잠간 보고 연연이 보내기로 탐화봉접 취한 마음, 오날 밤에 오는 뜻은 춘향의 모 보러 왓거니와, 자네 딸 춘향과 백년언약을 맺고자 하니 자네의 마음이 엇더한가.’

춘향의 모 여짜오되,

‘말쌈은 황송하오나 들어 보오. 자핫골 성참판영감이 보후로 남원에 좌정하엿실 때 소리기를 매로 보고 수청을 들라 하옵기로 관장의 령을 못 이기여 모신 지 삼삭만에 올라가신 후로 뜻밖에 포태하야 나은 게 저것이라. 그 연유로 고목하니 젖줄 떨어지면 다려갈란다 하시더니 그 양반이 불행하야 세상을 바리시니 보내들 못하옵고 저것을 질러낼제 어려서 잔병조차 그리만코 칠세에 소학읽혀 수신제가 화순심을 낱낱이 가르치니 씨가 잇는 자식이라 만사를 달통이요, 삼강행실 뉘라서 내 딸을 하리요, 사서인 상하불급 혼인이 늦어가매 주야로 걱정이나 도령님 말쌈은 잠시 춘향과 백년기약 한단 말쌈이오나 그런 말씀 마르시고 놀으시다 가옵소서.(이말이 참말이 아니라 도령님이 춘향을 얻는다 하니 래두사를 몰라 뒤를 눌러 하는 말이엿다.)’

이도령 기가 맥혀,

‘호사에 다마로세. 춘향도 미혼전이라 피차언약이 이러하고, 육례는 못할 망정 양반의 자식이 일구이언을 할 리가 잇나.’

춘향의 모 이 말 듣고,

‘또 내 말 들으시오. 고서에 하엿스되 지신은 막여주요 지자는 막여부라 하니 지여는 모가 아닌가. 내 딸 심곡 내가 알제, 어려부텀 절곡한 뜻이 잇서 행여 신세를 그르칠까 의심이요. 일부종사 하려 하고 사사이 하는 행실 철석같이 굳은 뜻이 청송녹죽 전나무 사시절을 다토는 듯 상전벽해 될지라도 내 딸 마음이 변할손가. 금은 오촉지백이 적여구산이라도 받지 아니할 터이요, 백옥같은 내 딸 마음 청풍인들 미치리요. 다만 고어를 효칙고자 할 뿐이온듸, 도령님은 욕심부려 인연을 맺앗다가 소문어려 버려시면 옥결같은 내 딸 신세 문채조흔 대모 진주 고운 구실 구녁노리 깨야진 듯, 청강에 노든 원앙조가 짝 하나를 일엇슨들 어이 내 딸 같을손가. 도령님 래정 이 말과 같을진대 심량하여 행하소서.’

도령님 더욱 답답하야,

‘그는 두 번 염려할라 말소. 내 마음 세아리니 특별간절 굳은 마음 흉중에 가득하니 분의는 다를망정 제와 내와 평생기약 맺일제 존안납폐 아니한들 창파같이 짚운 마음 춘향 사정 모를손가.’

이러타시 이같이 설화하니 청실 홍실 육례가촤 만난대도 이 우에 더 빼쪽할까.

‘내 저를 초파같이 예길터니 시하라고 염려말고 미장전도 염려마소. 대장부 먹는 마음 박대행실 잇슬손가. 허락만 허여 주소.’

춘향의 모 이 말 듣고, 이으키 앉엇더니 몽조가 잇는지라, 연분인줄 짐작하고 흔연이 허락하며,

‘봉이 나매 황이 나고, 장군이 나매 용마가 나고, 남원에 춘향나매 이화춘풍 꽃다웁다. 향단아, 주반등대하엿나냐.’

‘예.’

대답하고 주효를 차릴적에 안주등물 볼작시면 고음새도 정결하고, 대양관 가리찜, 소양관 저육찜, 풀풀 뛰는 숭어찜, 포도동 나는 매초리탕에 동래부산 대전복, 대모장도 드는 칼로 맹상군의 눈섭체로 어슥비슥 오려노코, 염통산적 양복기와 춘치자명생치다리, 적벽대접 분원기에 냉면조차 비벼 노코, 생율, 숙율, 잣숭이며, 호도, 대조, 석류, 유자, 준시, 앵도, 탕기같은 청슬이를 칫수잇게 고얏는듸, 술병치레 볼작시면 틔결업는 백옥병과, 벽해수상 산호병과, 엽락오동 금정병과, 목진 황새병, 자래병, 당화병, 쇄금병, 소상동정 죽절병, 그 가온대 철은 일안자 적동자 쇄금자를 차례로 노왓는듸 구비함도 가질시고, 술일홈을 이를진대 이적선 포도주와 안기생 자하주와, 산림처사 송엽주와, 과하주 방문주 천일주 백일주 금로주, 팔팔 뛰는 화주 약주, 그 가온대 향기로운 연엽주 골라내여 알안자 가득 부어 청동 화로 백탄 불에 남비 냉수 끌는 가온대 알안자 둘러, 불한불열 데여 내여, 금잔 옥반 앵무배를 그 가온대 듸엿스니 옥경연화 피는 꼿이 태을선녀 연엽주 띄듯, 대광보국영의정 파초선 띄듯 둥덩실 띄여노코 권주가 한 곡조에 일배일배부일배라. 이도령 이른 말이,

‘금야에 하는 절차 보니 관청이 아니어던 어이 그리 구비한가.’

춘향모 여짜오되,

‘내 딸 춘향 곱게 길러 요조숙녀군자호구가리여서 금슬지우 평샹동락하올 적이, 사랑에 노는 손님, 영웅호걸문장들과 죽마지우 벗님내 주야로 질기실제, 내실에 하인 불러 밥상 술상 재촉할제 보고 배호지 못하고는 어이 곧 등대하리. 내자가 불민하면 가장낯을 깩기미라. 내 생전 심써 갈쳐 아모쪼록 본받아 행하라고 돈 생기면 사 모와서 손으로 만들어서 눈에 익고 손에도 익히랴고 일시 한때 노지 안코 시긴 바라. 부족다 마르시고 구미대로 잡수시요.’

앵무배 술 가득 부어 도령님게 드리오니 도령 잔 받아 손에 들고 탄식하여 하는 말이,

‘내 마음대로 할진대는 육례를 행할터나, 그러털 못하고 개구녁 서방으로 들고 보니 이 아니 원통하랴. 이애 춘향아 그러나 우리 둘이 이 술을 대례 술로 알고 묵자.’

이배주 부어들고,

‘네 내말 들어서라. 첫째잔은 인사주요, 둘째잔은 합환주라. 이 술이 다른 술 아니라 근원근본 삼우리라. 대순의 아황 여영 귀히귀히 만난 연분 지중타 하엿스되 월로(원노)의 우리 연분 삼생가약 맺인 연분, 천만년이라도 변치 아니할 연분, 대대로 삼대육경자손이 만이 번성하야 손자 증손 고손이며 무릎 우에 앉혀 노코 죄암죄암 달강달강 백세상수하다가서 한날 한시 마조누워 선후업시 즉거드면 천하에 제일가는 연분이네.’

술잔 들어 잡순 후에,

‘향단아 술부어 너의 너의 마무래게 드러라.’

‘장모 경사술이니 한잔 먹소.’

춘향의 모 술잔 들고 일희일비 하는 말이,

‘오날이 여식의 백년지고락을 맽기는 날이라. 무삼 실품이 잇슬잇까 마는 저것을 질너낼제 애비업시 설이질러 이 때를 당하오니 영감 생각이 간절하야 비창하여이다.’

도령님 이른 말이,

‘이왕지사 생각 말고 술이나 먹소.’

춘향모 수삼배 먹은 후에, 도령님 통인불러 상물려 주면서,

‘너도 먹고 방자도 먹여라.’

통인 방자 상물여 먹은 후에 대문 중문 다 닫히고, 춘향의 모 향단이 불러 자리 보전 시길제 원앙금침 잣베개와 샛별같은 요광 대양 자리 보전을 정이 하고,

‘도령님 평안이 쉬옵소서.’

‘향단아 나오너라. 나하고 함끼 자자.’

둘이 다 건네갓구나.

춘향과 도령님과 마조 앉어 노왓스니 그 일이 엇지 되것나냐. 사양을 받으면서 삼각산 제일봉 봉학앉아 춤추는듯 두활개를 예구부시 들고 춘향의 섬섬옥수 바드드시 검쳐잡고 의복을 공교하게 벗기는듸, 두 손길 석 노터니 춘향 가는 허리를 담숙 안고,

‘나상을 벗어라.’

춘향이가 처음 일일 뿐 아니라 부끄러워 고개를 숙여 몸을 틀제 이리 곰슬 저리 곰실, 녹수에 홍련화 마풍 만나 굼니는듯, 도령님 초매 벗겨 제쳐 노코 바지 속옷 벗길 적에 무한히 힐난된다. 이리 굼실 저리 굼시 동해청룡이 구부를 치는 듯,

‘아이고 노와요. 좀 노와요.’

‘애라 안될 말이로다.’

힐난중 옷끈 끌러 발가락에 딱 걸고서 찌여안고 진드시 누르며 지지개 쓰니 발길 아래 떨어진다.(백팔십자중략) 그 가온대 진진한 일이야 오직하랴. 하로 이틀 지내가니 어린 것들이라 신맛이 간간 새로와 부끄럼은 차차 멀어지고 그제는 기롱도 허고 웃은 말도 잇서 자연 사랑가가 되얏구나.

사랑으로 노난듸 똑 이 모양으로 노던 것이엿다.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 동정칠백 월하초에 무산같이 높운 사랑,

목단 무변수에 여천 창해같이 짚운 사랑,

오산전 달밝은듸 추산천봉 완월사랑,

증경학무 하올적 차문취소 하던 사랑,

유유낙일 월영간에 도리화개 비친 사랑,

섬섬초월 분백한듸 함소함태 숫한 사랑,

월하의 삼생연분 너와 나와 만난 사랑,

허물 업는 부부사랑,

화우동산 목단화같이 펑퍼지고 고운 사랑,

연평 바대 그물같이 얽히고 맺힌 사랑,

은하직녀 직백같이 올올이 이은 사랑,

청루미녀 금침같이 혼술마닥 감친 사랑,

세냇가 수양같이 청처지고 늘어진 사랑,

남창북창 노적같이 다물다물 싸인 사랑,

은장 옥장 장식같이 모모이 잠긴 사랑,

영산홍로 봄바람에 넘노는 이 황봉백접 꼿을 물고 질긴 사랑,

녹수청강 원앙조격으로 마조 둥실 떠노는 사랑,

娟娟 칠월칠석야에 견우직녀 만난 사랑,


   

<춘향가> 중 사랑가
춘향전 중 사랑가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