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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심청가 이야기
  글쓴이 │ 선양회     등록일자 │ 13-05-28 09:31     조회 │ 3264    
 
 

심청 이야기는 어린 심청이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을 받고 뱃사람들에게 인제수로 팔려 바닷물에 빠지나, 옥황상제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와 황후가 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심청 이야기가 어느 때에 판소리로 짜였는지는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영조ㆍ정조 무렵이 아닌가 추정된다. 효에 대한 이야기는 심청 이야기, <삼국사기>에 나오는 지은 처녀의 이야기, 인도의 전 동자 설화, 일본의 사요히메 이야기도 있음으로 보아 아시아에서 두루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심청가>는 예술성이 높기로는 <춘향가> 다음으로 평가되며, 슬픈 대목이 많아서 계면조로 된 슬픈 소리가 많다. 또한 아니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리에 능하지 않고는 <심청가>를 이끌어 가기가 매우 어렵다.

 

<심청가>는 이야기의 줄거리와 가락의 짜임새로 봐서

첫째ㆍ심청이 태어나는 대목부터 심청 어머니 출상하는 대목까지,

둘째ㆍ심봉사가 젖을 동냥하러 다니는 대목부터 몽은사 화주승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겠다고 하는 대목까지,

세째ㆍ심청이 후원에서 기도하는 대목부터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까지,

네째ㆍ심청이 용궁으로 들어가는 대목부터 황후가 되었으나 아버지를 만날 길이 없어서 탄식하는 대목까지,

다섯째ㆍ심 봉사가 맹인 잔치에 참예하려고 황성으로 가는 대목부터 눈을 뜨는 대목까지의 다섯 부분으로 가를 수 있다.

 

심청가 (沈淸歌)

(서창=곽씨부인 죽은 후 대목에서 심청이가 밥을 빌어 들어오는 대목까지)

 

<아니리>

옛날옛적 황주땅 도화동에 한 소경이 살았는데, 성(姓)은 심가(沈哥)요,이름은 학규(學奎)라. 누대(累代) 명문(名門)거족(巨族)으로 명성(名聲)이 자자터니, 가운(家運)이 불행(不幸)하여 삼십전(三十前)에 안맹(眼盲)하니, 뉘라서 받들소냐.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부인(郭氏婦人) 또한 현철(賢哲)하사 모르는 게 전혀 없고, 백집사(百執事) 가감(可堪)이라. 곽씨부인(郭氏婦人)이 품을 팔아, 봉사 가장(家長)을 받드는데,

 

<중중머리=평계면>

삯바느질 관대도복(冠帶道服) 행의(行衣) 창의 직령(直領)이며, 협수쾌자(夾袖快子) 중추막과, 남녀의복(男女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갓끔질과, 외올뜨기 꽤땀이며, 고두누비 솔올이기, 망건뀜이 갓끈접기, 배자토수(褙子吐手) 버선 행전(行纏), 포대 허리띠, 댓님 줌치. 쌈지 약낭(藥囊), 필낭(筆囊) 휘양(揮陽),볼지 복건(僕巾), 풍채이며 천의(天衣) 주의(周衣) 갖은금침 베개 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毛絲)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그리기, 궁초(宮稍) 공단(貢緞) 수주(繡紬), 선주(鮮紬), 낙능(落綾) 갑사(甲絲),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紛紬) 표주(標紬) 명주(明紬), 생초(生稍) 통경 조포 북포(北布), 황주포 춘포(春布) 문포(紋布) 제초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말아 찧기, 청황(靑黃) 적흑(赤黑) 심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염색(染色)하기, 초상(初喪)난집의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 음식(飮食) 숙정(熟政), 갖은 증편 중계(中桂) 약과, 박식산(薄食散) 과자(菓子)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麵) 화채(花菜) 신선로(神仙爐),각색(各色)찬수(饌需) 약주(藥酒) 빚기, 수팔련 봉(鳳)오림, 패상하기, 괴임질을 잠시도 놀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팔아 모일제, 품모아 돈을 짓고 돈 모아 양(兩) 만들어, 양(兩)을 지어 관(貫)돈 되니,일수(日收) 체계(遞計) 장이변(長利邊)을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着實)한 곳 빚을 주어 실수(失手)없이 받아들여, 춘추(春秋) 시향(時享) 봉제사(奉祭祀), 앞못보는 가장공경(家長恭敬),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하니, 상하일면(上下一面) 사람들이,

 

<아니리>

곽씨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稱讚)하랴. 그때의 심봉사 사십(四十)이 장근(將近)토록, 슬하(膝下)일점(一點) 혈육(血肉)이 없어, 매일(每日) 부부 (夫婦)한탄(恨歎)할제, 곽씨부인(郭氏婦人) 그날부텀 공(功)을 드리는데,

 

<중머리=평계면>

품팔아 모인 재물(財物), 온갖공을 다드릴제, 명산대찰(名山大刹) 영신당(靈神堂)과 고묘총사(古廟叢祠) 성황당(城隍堂),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 계신데, 허유허유 다니면서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창호시주(窓戶施主) 제왕불공(帝王佛供),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불공(羅漢佛供), 가지가지 다 하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신든 낭기(나무) 꺽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瑞氣) 반공(半空)하고 오채(五彩) 영롱(玲瓏)터니, 하늘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 (玉京)으로 내려올제, 머리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는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가지 손에 들고, 부인전(夫人前) 배례(拜禮)하고, 곁에 와 앉는 모양, 뚜렷한 달정신이 산상(山上)에 솟았는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온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 (態度), 호치(皓齒)를 반(半)만 열고, 쇄옥성(灑玉聲)으로 말을 한다. 소녀(少女)는 서왕모(西王母) 딸일러니 반도진상(蟠桃進上)가는 길에, 옥진비자(玉眞婢子) 짬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 하옵다가, 시각(時刻) 조끔 어긴고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하야, 인간(人間)에 내치심에, 갈바를 모르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보살(諸佛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하여, 이리 찾아 왔아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안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 의논(議論)하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날부터 태기(胎氣)가 있는데,

 

<중중머리=평조>

석부정(席不正) 부좌(不坐), 할부정(割不正) 불식(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오색(目不視惡色), 입불비 와불측(臥不側), 십삭일(十朔日)이 찬 연후(然後)에, 하루는 해복기미(解腹氣味)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아이고 허리야. 심봉사 좋아라고,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淨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 하기를 기다릴제, 향취(香臭) 가 진동(震動)하고, 채운(彩雲)이 드리더니, 혼미중(昏迷中) 탄생(誕生)하니, 선인옥녀(仙人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부인(郭氏婦人) 순산(順産)은 하였으나, 남녀간(男女間)에 무엇이요, 심봉사, 아이를 만져보아야 알겠소 하고, 아이를 위에서부터, 더듬 더듬 내려가다 거침새 없이 내려가것다. 아마도 마누라 같은 딸을 낳았나보오. 곽씨부인(郭氏婦人)이 서운히 여겨,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딸이라니 원통(寃痛)하오.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 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榮) 할 것이요. 딸이라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문필(文筆) 잘 가르쳐,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종(宗)사위 진진(秦晋)하면, 외손봉사(外孫奉祀)는 못 허리까. 그런말 마오. 심봉사,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놓고 비는데, 여늬 사람 같으면, 오직 조용히 빌렸마는, 앞 못 보는 맹생(盲生)이라, 삼신(三神) 제왕(帝王)님이 깜짝놀라 삼천리(三千里)나 도망가게 빌것다.

 

<중중머리=평조>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 신불제석(神佛帝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화우동심(和祐同心)하여 다 굽어 보옵소서,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子息),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달에 피 어리고, 넉달에 인형(人形)삼겨 다섯달 오포(五包) 낳고, 여섯달 육점(六點) 삼겨, 일곱달 칠규 열려, 여덟달 사만팔 천(四萬八千), 털이 나고, 아홉달에 구규 열러, 열달만에 찬김 받아, 금강문(金剛門) 하달문(下達門), 고이 열어 순산(順産)하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증자(大舜曾子) 효행(孝行)이며, 길량(吉良)의 처 (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석숭(石崇)의 복(福)을 주어, 외 붙듯 달 붙듯, 잔병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하게 하옵소서.

 

<아니리>

빌기를 다한 후, 더운 국밥 다시 떠다, 산모(産母)를 먹인 후에, 여보 마누라, 이 아이 젖 좀 먹여주오. 그때 곽씨부인(郭氏婦人)은, 산후(産後)에 손대 없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든가,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데,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사대삭신 육천마디가 아니아픈데 가 전혀 없네. 곽씨부인(郭氏婦人), 아무리 생각하여도, 더 살 길이 전혀 없는지라. 유언(遺言)을 하는데,

 

<진양조=진계면>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하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家君)님, 내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家長)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망세(不幸忘世)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랴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할 곳 전혀 없어, 지팡막대 흐터집고, 더듬 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어 넘어져서, 신세(身世) 자탄(自歎) 우는모양, 내 눈으로 본 듯하고. 기갈(飢渴)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錚錚) 들이는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神功)드려,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말이 웬말이요.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은,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貴德)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하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저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걷거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 오셔, 모녀상면(母女相面)을 하여주오. 할 말은 무궁하나, 숨이 가뻐서 못 하겠소.

 

<중머리=진계면>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려 지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박어, 진옥(眞玉)판 홍사(紅絲)수실, 진주(眞珠)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新行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큰 은(銀) 돈 한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교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끼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끼기로, 농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끼워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어,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대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천지(天地)도 무심(無心)하고, 귀신 (鬼神)도 야속하구나. 네가 진즉 섬기거나, 내가 조금 더살거나, 너 낳자 나 죽어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너로 하여금 품게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生死間)에 무슨 죄(罪)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지어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눔물 맺쳐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포깍질(딸꾹질) 두 세번에, 숨이 더럭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심봉사, 아무런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죽을까. 내 의가(醫家)에가, 약(藥)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하오. 심봉사 약(藥)을 얼른 지어와, 수일승 전반(煎盤) 위에 얼른 다려, 짜들고 방으로 들어와, 여보 마누라, 이약 자시면, 즉효(卽效)한다 하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할리 있겠느야. 그제야 심봉사, 의심이 나서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고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나니, 그제야, 죽은줄 알고, 실성발광(失性發狂)을 하는데, 서름도 어지간해야, 눈물도 나고, 울음도 나지, 워낙 아람이 차나노면, 뛰고 미치는 법이였다.

 

<중중머리=진계면>

심봉사 기절하여 떴다 절컥 주저 앉으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 내던지며,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아, 서천서역(西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염불(念佛)이나 하여줄껄,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슴 쾅쾅 두드려, 목재 비질을 덜컥, 내려 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 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젖 먹여 길러낼꺼나. 꽃도 졌다 다시피고, 해도 졌다 돋것만은,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때, 어느 시절에 돌아와. 삼천반도(三千蟠桃) 요지연(遙池宴)에,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墓) 이비(二妃)함께 회포(懷抱) 말을 하러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으려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러져, 아이고 동내(洞內) 사람들, 차소위(此所謂) 계집 추는 놈은 미친 놈이라 하였으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각씨가 죽었소. 방으로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덜컥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요. 내 신세(身世)를 어쩌라고, 이 죽음이 웬 일인가.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저 어린 자식은, 어찌하려오. 곽씨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없이, 모여들어, 초종지례(草終之禮)를 마치는데, 곽씨시체 소방상(小方狀)댓돌 위에, 덩그렇게 모셔 놓고, 명정공포(銘旌功布) 삽선 등물, 좌우(左右)로 갈라 세우고, 거릿제를 지내는데, 영축기가(靈軸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陣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薩).

 

<중머리=계면>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넘차 너와너,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더니, 저건너 안산(案山)이, 북망(北邙)이로다. 어허,넘처 너화너. 새벽 종달이 쉰길 떠, 서천명월(西天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허 넘차 너화너, 물가 가재는 뒷걸음을 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데,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 하네 그려. 어 넘차 너화넘. 인정(人定)치고 파루(罷淚)를 치니, 각댁(各宅)하님이 개문(開門)을 하네그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어으 넘차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서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꼭 죽어도 굴관제복(屈冠制服)을 얻어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나 하고 가세. 나하고 가세. 눈먼 가장(家長) 갓난 자식을 불고인정(不顧人情)을 버리시고, 영결종천(永訣終天) 하네그려,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 아파 어이가리. 일침침(日沈沈) 월명명(月暝暝)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나와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면서, 어허 넘차 너화넘.

 

<중중머리=계면>

어허넘 어허넘,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이내 말을 들어보소. 자네가 죽어도 이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길이로다. 어허 넘차 너화넘. 어너 어너 어으으 넘차. 어이가리 너화넘.

 

<아니리>

산천(山川)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한 후, 평토제(平土祭)를 지낼적에, 심봉사가 이십후(二十後), 안맹인(眼盲人)으로, 그전글이 또한 문장(文章)이라. 축문(祝文)을 지어 외는데,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嗟乎夫人), 요차요조(邀此窈窕) 숙녀혜(淑女兮)요. 행불구혜(行不苟兮) 고인(古人)이라. 기백년지(幾百年之) 해로(偕老)터니 홀연몰혜(忽然沒兮) 언귀(焉歸)요, 유치자이(遺稚子而) 영서혜(永逝兮)여, 저걸 어이 길러내어, 누삼삼이(淚森森而) 칠금혜(漆襟兮)여, 진한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沈耿耿)이 소허하여, 살길이 바이없네.

 

<진양조=진계면>

주과포혜(酒菓哺醯) 박전(薄奠)하나, 만사(萬事)를 모두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北邙山川)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杜鵑)이 벗이 되니,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하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중(四宮中)에 첫 머리요, 아들없고 눈 못보니, 몇가지 궁(窮) 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려 둥굴 치 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한다.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죽은 사람 따라가면, 저 어린 자식을, 어쩌시려 하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어, 역군(役軍)들께 붙들려, 집으로 돌아 올제, 동인(洞人) 들께 백배치하(百倍致賀), 하직(下直)하고,

 

<중머리=계면>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寂寞)하고, 방안은 휑 비었는데, 심봉사 실성발광(失性發光), 미치는데, 얼싸덜싸 춤도 추고, 하하 웃어도 보며, 지팡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우리 마누라 여기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踪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 와서, 부엌을 굽어 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 가서, 쑥내향기(香氣)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울제, 그때에 귀덕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애를 보더라도, 그만 진정 하시오. 거, 귀덕어민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 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아가 우지말아, 내새끼야. 너의 모친 먼데 갔다. 낙양동촌(洛陽東村) 이화정(梨花亭)에, 숙낭자(淑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竹上涕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부인(二妃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만은,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주느냐. 그져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았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미닫치며, 죽어라 썩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초칠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어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다시 안고, 아이고 내새끼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기야.

 

<아니리>

그날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하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새기를 기다릴제,

 

<중중머리=계면>

우물가 두레박소리, 얼른 듣고 나갈적에, 한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초칠(初七)안에 어미 잃고, 기허(飢虛)하며 죽게 되니, 이에 젖좀 먹여주오, 듣고 보는 부인들이,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蹠)인들 아니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말고 자주 자주 다니시면, 내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를 굶기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이집 저집 다닐적에, 삼베 길삼 하느라고, 흐히 히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애 젖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얕볕에 김메는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 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던 부인들께, 더듬 더듬 찾아가서, 이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없는 부인들은, 쌀되씩 떠서주며, 밤쌀이나 하여주오. 심봉사 좋아라,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 하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제, 언덕 밑에 쭈구려 앉아, 아이를 어룬다.

 

<늦은 중머리=평계면>

아기 내 딸이야. 아가 아가 웃느냐.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이상 배가 뺑뺑 하구나. 이 덕(德)이 뉘덕(德)이냐. 동리 부인의 덕(德)이다. 너도 어서 어서 자라나, 너의 모친 닮아, 현철(賢哲)하고 얌전하여, 아비 귀염을 보이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하느니라. 백미 닷섬에 뉘하나, 열 소경 한막대로구나. 둥 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어덕 밑의 귀남(貴男)이, 아니냐. 설설 기어라. 어허 둥둥 내딸이야.

 

<잦은 머리=평계면>

둥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어허둥둥 내딸. 금자동(金字童)이냐 옥자동(玉 字童). 주유천하(周遊天下)에 무쌍동(無雙童). 은하수(銀河水) 직녀성(織女星) 의,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 표진강 숙향(淑香)이 네가 되어서 환생(還生)의. 달가운데는 옥(玉)토끼. 댕기 끝에는 진주(眞珠)씨. 옷고름에 밀화불수(密花佛手). 주얌 주얌 잘강잘강,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줏어다, 트래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 감은 새양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 쪽이 남았기에, 한 쪽은 내가 먹고 한 쪽은 너를주마. 으르르 아나 아가 둥둥 둥둥 어허, 둥둥 내딸.

 

<아니리>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포단(蒲團) 덮어 뉘어 놓고, 동냥차로 나가는데, 권마성제를 늦은 중중 머리로 나가것다.

 

<늦은 중중머리=권마성제>

삼베 전대 외동지어, 왼어깨 들어 메고, 동냥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 동냥. 가을이면 나락 동냥. 어린아이 맘죽차로, 쌀얻고 감을 사, 허유 허유 다닐적에, 그때의 심청이는,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제 십여세(十餘歲)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잊고 할줄 알고, 부친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하여가니, 무정세월(武情歲月)이 아니냐.

 

<아니리>

하루는 심청이, 부친전(父親前), 단정(端正)히 꿇어 앉아, 아버지 오냐, 오늘부터는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 하오리다. 여봐라 청아. 네말은 고마우나, 내 아무리 곤궁(困窮)한들, 모남독녀 너를 내보내, 밥을 빈단 말이, 될법이나 한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마라.

 

<중머리=계면>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는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하고, 순우의(淳于意) 딸 제영(提榮)이는,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부 몸을 팔아 속죄(贖罪)하고, 말못하는 가마귀도, 공림(空林) 저문날에 반포은(反哺恩) 을 할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 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辱)도 할 것이요, 천방지축(天方地軸) 다니시다,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그 이제 한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머리=계면>

심청이 거동 보아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치마에, 짓 없는 헌저고리, 목만남은 질보선에, 청목휘항(靑木輝項)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옆걸음 처나갈적에, 원산(遠山)에 해비치고, 건넛 마을 연기(煙氣) 일제, 주적 주적 건너가, 부엌 문을 다달으며, 애긍(哀矜)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初七)안에 죽은 후에, 앞 어둔 우리 부친 나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되, 앞 어둔 우리 부친, 구(救)할 길이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아오니 한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추운 방 우리부친 구완을 하것내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아니 슬퍼하리. 그릇밥 김치 장을, 아끼지 않고 후이 주며, 혹은 먹고 가라하니, 심청이 엿자오되,추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전에가 먹것내다. 한 두 집에 족한지라, 밥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제, 심청이 하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에 해가 아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에 반일(反日)이 되었구나.

 

<잦은 머리=계면>

심청이 들어 온다. 심청이 들어 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춥긴들 오직 하며, 시장낀들 아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밥이요, 이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칼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드리라 하기로, 가지고 왔아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요. 심봉사가 기가막혀, 딸의 손을 끌어, 입에 넣고 후후 불며, 아이고 내딸 춥다 불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 일이냐. (시비따라 가는 대목에서 심창이 물에 빠진 다음 선인들이 돌아가는 대목까지)

 

<아니리>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하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세가 되었구나. 효행(孝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또한 일색(一色)이라. 이렇듯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하니 하루는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것다. 심청이, 부친께 여짜오되, 아버지 무릉촌(武陵村), 장승상댁(張承相宅) 부인(夫人)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아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봉사 좋아라고 어따 아야.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 하게 지냈니라. 진즉 찾아가서, 뵈올것을,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하고, 수이다녀 오너라. 응. 심청이 부친 허락을 받고, 시비따라 건너 간다. 무릉촌을 당도하야 승상댁을 찾아 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에 섰는 반송(般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자태 일어 나서, 나래를 땅에다, 지르르 끌며 뚜루 낄룩, 징검 징검 와룡성이 거의 하구나.

 

<느린 중중머리=평조>

계상(階上)에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하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坐)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武陵)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 네가 나니, 무릉(武陵)에 봄이 들어, 도화동(桃花洞) 개화(開化)로다. 네,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丞相)일찍 기세 (棄世)하고, 아들이 삼형제(三兄弟)나, 황성(皇城)가 등양(登揚)하고, 어린자식(子息)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방안에 대하느니 촛불이요, 보는것 고서(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하면 양반(兩班)의 후예(後裔)로서, 저렇듯 곤궁(困窮)하니, 나의 수양(收養)딸이 되여, 내공(內攻)도 숭상(崇尙)하고, 문필(文筆)도 학습(學習)하야, 말년(末年)재미를 볼까하니, 너의 뜻이 어떠하뇨.

 

<아니리>

심청이 이말 듣더니, 앞 못 보는 어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것내다. 기특(奇特)타 내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어라. 심청이 여쩌오대, 추운방 우리 부친, 날 오기를 기다리니, 어서건너 가겠내다. 부인이 허락을 하되, 비단(緋緞)과 양식(糧食)을 후(厚)히 주며, 시비(侍婢)와 함께 보낸지라. 그때의 심봉사는, 적적(寂寂)한 빈 방 안에, 딸 오기를 기다리는데,

 

<진양조=계면>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寒氣) 들제, 먼데 절 쇠북소리, 날저문줄 짐작하고, 딸오기만 기다릴제, 어찌하야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말리는가. 길에 오다 욕(辱)을 보느냐. 백설(白雪)은 펼펄 흩날린데, 후후 불고 앉았느냐. 새만, 푸르르 날아 들어도, 내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落葉)만 버석 떨어져도, 내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불러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 (人跡)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分明)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身世) 자탄(自嘆)으로 울음을 운다.

 

<잦은 머리>

이래서 못쓰것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나오면서, 청아 오느냐. 어찌하여 못 오느냐,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더듬 정신없이 나가는데, 그때의 심봉사는, 딸의 덕에 몇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출입(出入)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 더듬 더듬이 나가다가, 길넘은 개천물에, 한발자칫 미끄러져, 꺼꾸로 물에가, 풍 빠져노니, 아이고 도화동(桃花洞) 심학규(沈學奎) 죽네.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정신도 말끔하고, 슴도 잘 쉬고 아픈데 없이 잘 죽는다. 한참 이리할제.

 

<아니리>

한참, 이리할제,

 

<엇머리=평계면>

중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 오는데 이 중은 올라간다. 저 중이 어딧 중인고.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에 중창 하려하고, 시줏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정그러져, 서산(西山)에 비친곳에 급급히 올라간다. 저 중의 차림보소. 저 중의 거동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고,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戮還杖),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절 툭딱 짚고, 흔들 흔들 흐늘거리고, 올라 갈제. 중이라 하는 것, 절에서도 염불(念佛). 속가(俗家)에와도 염불(念佛). 염불을 많이하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남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아 아 어 어 아. 상래소수공덕혜(上來所修功德兮)요, 회향삼처(廻向三處) 실원만(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세불충천 제갈연,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念佛)하고 올라갈제, 한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繹) 저믄 날에, 하소대로 울고가는, 양태진(陽太眞)의.울음이냐. 이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거리고 올라 갈제, 한 곳을 살펴보니, 어떠한 사람인지,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잦은 엇머리=평계면>

저 중의 급(急)한 마음, 저 중의 급(急)한 마음. 굴갓 장삼(長衫) 훨훨 벗어, 되는대로 내던지고, 보선 행전 대님 끄르고, 고두누비 바짓가래, 따달딸딸 걷어, 자감에 떡 붙쳐, 물위의 백로(白露) 격(格)으로, 징검 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봉사 꼬드래 상투를, 앳뚜룸이 채어,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봉사라.

 

<아니리>

심봉사 정신을 차려, 죽은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요. 거 뉘가 날 살렸소. 예, 소승(小僧)은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 이온데, 시줏(施主)집 내려왔다, 돌아오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어허, 활인지불(活人之佛) 이라더니, 대사(大師)가 나를, 살렸소 그려. 저 중이 하는 말이 여보 봉사님 내 말을 들어면, 두 눈을 꼭 뜨오리다마는, 봉사,눈 뜬단 말에 아니 그 어쩐 말이어. 우리절 부처님이 영험(靈驗)하야,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우리 절에 시주(施主)하면, 꼭 눈을 뜨오리다. 심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를 생각지 않고, 여어, 대사 자네 말이, 정녕 그러할 진대,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권선(勸善)에다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 없어, 여보시오 봉사님, 가산(家産)을 둘러보니, 삼백석(三百石)은 고사하고, 삼백(三百) 주먹도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씀을 하시오. 심봉사 화를 벌컥 내며, 아니, 네가 나의 수단을, 어찌 아느냐. 잔말 말고 적으라면 썩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권선(勸善)에,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적은 후,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염려(念慮)말고 불공(佛供)이나, 착실히 하여주게. 중은 올라가고, 심봉사 곰곰히 생각하니, 이런 실없는 일이 있나.

 

<중머리=계면>

허어, 내가 미쳤구나. 분명(分明)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내가 어찌 구(救)하리요. 살림을 팔자 한들, 단돈 열냥 뉘랴 주며, 내 몸을 팔자하니, 앞못 보는 봉사놈을, 단돈 서푼을 뉘랴주랴.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데, 앞못 보는 봉사놈이, 앉은뱅이가 되고 보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 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여,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가는 대사(大師)권선(勸善)에 쌀, 삼백석, 외우고 가소. 대사, 대사 실성발광 기가 막혀, 홀로 앉아 탄식한다.

 

<잦은머리=계면>

심청이 들어온다.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을 보고,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아이고 이게 웬 일이요. 살없는 두 귀밑에, 눈물 흔적 웬 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댁(承相宅) 노부인(老夫人)이, 굳이 잡고 만류(挽留)하여, 어언간(於焉間) 더디었소. 말씀이나 하여 주오 답답하여 못살겠소.

 

<아니리>

심봉사 하릴없어,여봐라 청아. 하 너오기를 기다리다 못하야, 더듬 더듬 나가다가, 이 앞의, 개천물에 빠져, 꼭 죽게 되었는데, 아 뜻밖에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 날더러 하는 말이,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몽은사(夢恩寺)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삼년내로 눈을 꼭, 뜬다하더구나. 그리하여 눈뜬단 말에, 후사(後事)를 생각(生覺)지 않고,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권선(勸善)에 적어 보냈으니, 이 일을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生覺)을 하여도, 백해무책(百害無策) 이로구나. 아버지, 너무 염려(念慮) 마옵소서.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정성(精誠)껏 구하여 보겠네다. 심청(沈淸)이가 부친(父親)을 위로(慰勞) 한후, 그날부터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하고, 지극정성(至極精誠) 드리것다.

 

<진양조=계면>

후원(後苑)에 단(壇)을 묻고, 북두칠성(北斗七星) 자야반(子夜半)에, 촛불을 도도 켜고, 정화수(井華水)를 더 받쳐 놓고, 두 손 합장(合掌). 무릎을 꿇고, 비나니다.비나니다. 하나님전에 비나니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의동심(和議動心) 하옵소서. 무자생(戊子生) 소경아비, 삼십전(三十前), 안맹(眼盲)하여, 오십(五十)에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 하오니, 아비의 허물을, 심청 몸으로 대신(代身)하고, 아비눈을 밝히소서. 인간(人間)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을 어이 모르리까. 칠일(七日)안에 어미 잃고, 앞 못보는 부친에게, 겨우 겨우 자라나서, 십오세(十五歲)가 되었으니, 욕보지(慾報之) 덕택(德澤)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아비눈을 뜬다하니, 명천(明天)이 감동(感動)하사,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을, 지급(支給)하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듯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는데,

 

<중머리=권마성제>

하루는, 문전에, 외는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장사 선인(船人)으로, 인당수(印塘水) 인제수(人祭需)를 드리고져, 십오세(十五歲)나 십육세(十六歲)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랴하니, 몸 팔이 뉘 있음나. 있으면 있다고, 대답을 하시오. 이렇듯 외는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떵그렇게 들린다.

 

<아니리>

심청이 이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船人) 한사람을, 청(請)하여 엿자오되, 소녀는 당년 십오세(十五歲)온데, 부친(父親)을 위하여, 몸을 팔랴 하오니, 저를 사가심이 어떠하오. 선인(船人)들이 좋아라고, 어허 그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로고. 거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供養米) 삼백석(三百石)만, 내월(來月) 십오일(十五日)로, 몽은사(夢恩寺)로 올려 주오. 허, 거, 출천지(出天地) 대효(大孝)로고. 그러나 우리도, 내월(來月) 십 오일(十五日)이 행선(行船)날이오니. 어찌하오리까. 중값 받고 팔린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글랑은 염려마옵소서. 선인들과 약속한 후, 심청이 아무리 생각하여도, 부친을 아니 속일 수 없는지라. 아버지, 오냐 오늘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봉사 깜짝 놀라. 야야, 거 어쩐, 말이냐. 전일에 승상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하실걸, 분명대답 못 했지요. 오늘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부인께서 공양미 삼백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하옵디다. 야, 야, 그일 참 잘되었다. 그래,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來月) 십오일 (十五日)날 가기로 하였내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셔가기로 하였어요. 그렇치야 눈먼 놈을, 내혼자 둘것이냐. 잘되였다.야야. 그일 참 잘 되였다. 부친(父親)의 맺힌 근심, 위로(慰勞) 하고, 행선일(行船日)을 기다릴제.

 

<진양조=진계면>

눈 어둔 백발부친(白髮父親), 생존시(生存時)에 죽을 일을, 생각하니, 정신(精神)이 막막(莫莫)하고, 흉중(胸中)이 답답하여, 하염없는 설음이, 간장(肝腸)에서 솟아난다. 부친(父親)의 사시의복(四時衣服), 빨래하여, 농안에 넣어 두고, 갓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모친분묘(母親墳墓) 찾아가서, 분향사배(焚香四拜) 통곡(痛哭)을 한다. 아이고 어머니, 불효여식(不孝女息) 심청(沈淸)이는, 부친(父親) 눈을 띄우려고, 삼백석(三百石)에 몸이 팔려, 제수(祭需)로 가게되니, 년년(年年)이 오는 기일(忌日), 뉘라서 받드리까. 분묘(墳墓)에 돋은 풀은, 뉘 손으로 벌초(伐草)하리. 사배(四拜) 하직(下直)하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父親) 진지 올린 후(後)에, 밤 적적(寂寂) 삼경(三更)이 되니, 부친(父親)은 잠이 들어, 아무런 줄 모르는구나. 잠이 깰까 염려(念慮) 되어, 크게 울진 못하고, 속으로만 느끼는데, 아이고 아버지, 날 볼날이 몇 날이며, 날 볼밤이 몇 밤이나 되오. 제가 철을 안 연후(然後)에 밥빌기를 놓았더니만은, 내일(來日)부터는 동리(洞里) 걸인(乞人)이 또 될것이니, 아버지를 어쩌고 갈고. 오늘밤 오경시(五更時)에,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來日)아침 돋은 해는, 부상(扶桑)에다 매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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